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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느스님과 법화경 공부..

이선생2 2018. 4. 7. 13:30

 

   아이로 변한 산삼, 스님의 병 낫게 해



 정견 스님은 아주 어릴 때 출가하여 오래도록 가평 용문산에 머물면서

법화경〉 지송하기를 1만3000번을 하고 나니 몸이 피곤하여 얼굴이

수척해졌습니다.


   “이상한 일이로고.”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여태 그렇게 〈법화경〉을 독송하여도

피곤하지 않았는데, 요 며칠 사이에 고개를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피곤이

몰려왔던 것입니다. 

그 때 스님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음은 몸을 따라가지 못하고, 몸은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 어인 일인가? 

   그대는 독송을 중단하고 마을로 내려가라!”


스님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도무지 자신의 귀에 쟁쟁 울리는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도 몰랐고, 무슨 뜻인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아랫마을은 전쟁이 한창이었고, 그 전쟁으로 인하여 굶어 죽거나,

병에 걸려 죽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부처님께서 자신에게 주는 말씀으로 알고

그 즉시 마을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마을은 이미 사람이 살 수 없었습니다. 

폐허가 된 집들 안에는 사람대신 들쥐만 들끓었습니다.


 스님은 그 마을의 가장 가운데 집을 택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정진했습니다.  단 하루도 〈법화경〉 독송을 그치지 않고

무려 20여 년을 계속했던 것입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용문사 아랫마을엔

정견 스님의 독송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습니다.  믿기지 않는 일이지요. 

그렇지만 스님은 오로지 한 마음으로 〈법화경〉만을 수지, 독송하였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누구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빈 마을에서 스님은 혼자

사람들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하루 북쪽에서 어린아이 수십 명이 왁자지껄 떠들며 몰려왔습니다. 

스님은 뛸 듯이 기뻤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온 아이들인지는 몰라도

마을에서 아이들을 본 것이 무려 20여 년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스님이 경을 읽는 집 앞마당에 와서 빙빙 강강술래를 하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그래 나도 강강술래!”


스님도 아이들에게 박수를 치며 거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강강술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스님이 마당으로 나오지 않으면 욕까지 하였습니다.


   “이상한 땡중이 주인 없는 마을에 공짜로 들어와 주인행세를 하는구나. 

   물렀거라, 땡중아!”


스님은 아이들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웃었지요.  그렇지만 아이들의 놀이는 점점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스님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꾸짖기 위해 마당으로 나오면 아이들은 쏜살같이

모두 숨어버렸습니다.  어른들이 하나도 없는 마을, 스님은 아이들이

 어디서 오는지, 어디서 자는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미쳐버릴 노릇이었습니다.  마당에 아이들이 나타나면 스님은 경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스님이 마당으로 나오자 아이들이 모두 도망간 한밤중,

스님은 울상이 되어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마침 추석이 가까운지 하늘엔 둥근 보름달이 두둥실 떠 있었습니다. 

스님은 멍청하게 달을 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그까짓 아이들 몇의 소란으로 하여 정진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이제 다시 힘을 모아 독송을 하려는 찰나, 또 다시 아이들이 우르르 나타났습니다.


 “땡중은 어서 이 마을에서 물러나라!”

“할 일 없이 뜻도 모르는 경만 외우는 바보 멍청이!”


   “너는 어째서 몸이 마음을 따라 주지 못하고, 마음이 몸을 따라 주지 못하는 앵무새가

   되었느냐?”


스님은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그대로 두면 아이들의 소란은 끝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향해 일갈을 하려는 순간, 뜻밖에도 연기처럼,

 아니면 안개처럼 머리가 하얀 노인 하나가 마당에 서 있었습니다.


   “아니?”

 “스님의 기력이 어떠하십니까?”


스님은 창피하여 주저주저 했습니다.

 “아이들이 스님을 힘들게 합니까?”


   “빈 마을에서 혼자 독경하기도 힘든데 어느 곳에서 좇아왔는지도 알 수 없는

   조무래기 아이들이 날마다 분란을 피워 차마 그대로 더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백발노인이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스님은 이제 그 아이들이 노는 곳에 가서 모두 옷을 벗고 목욕하기를 기다렸다가

   한 놈이 벗어놓은 옷을 집어가지고 돌아오십시오.  그러면, 옷을 빼앗긴 아이가

   분명히 따라와서 옷을 내어달라 간청할 것입니다. 


   그러나 모른 척하고 내어주지 않으면 필경에 욕지거리까지 할 것입니다. 

   스님은 그 때 꾹 참고 아무런 응답도 하지 말고 계시면 제가 와서 말씀하여 드리리다.”

  스님이 노인의 말대로 여러 아이들이 목욕하는 곳에서 한 작은 아이의 옷을

 집어가지고 방으로 돌아오니 그 아이가 뒤를 따라오며 옷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스님, 잘못했습니다. 제발 제 옷을 돌려 주십시오.”


   “......?”


   “왜 그 많은 아이들 중에 저를 택하셨습니까?  저는 나이가 어려서 약효도 없습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리였습니다.  스님은 입을 꽉 다문 채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옷을 흔들며 빙긋 웃었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노인이 달려와서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그만하고 너는 어서 스님의 품으로 들어가라!”


   그러자 아이가 울었습니다.


   “그것만은 할 수 없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 노인의 외침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다 하늘의 뜻이다.  죽고 사는 것은 우리들의 일이 아니다. 

   빨리 너는 스님의 품으로 들어가라.  그렇지 않으면 이번 겨울에 죽으리라!”


   그제야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스님의 품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스님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습니다. 

그 순간 스님의 품속으로 달려온 아이는 순식간에 스님의 뱃속으로

들어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노인이 스님에 물었습니다.


   “스님의 기분이 어떠합니까?”


   “이상합니다. 온 몸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그제야 노인은 빙긋 웃으며 작별을 고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겠습니다.”


   정견 스님은 그로부터 정신이 앉으나 서나, 심지어 자면서도

〈법화경〉을 독송하였습니다.  그래도 조금도 피곤한 줄 몰랐습니다. 

 물론 보현보살님이 산삼의 정기를 한 작은 아이로 변형을 시켜

정견 스님의 품에 들어 병을 낫게 해 준 까닭이지요. 

하여 지금도 용문사 근처의 산에는 산삼을 찾는 심마니들이

전국에서 찾아온다고 합니다

출처 : 현지사를 사랑하는 모임
글쓴이 : 자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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