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도를 왜 '보살님'이라고 부릅니까
보살(菩薩)은 보리살타(菩提薩 )의 준말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자' 또는 '진리를 추구하기 위하여 열심히 수행하는 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불교 교리상에서 본다면 '보살'은 깨달음의 경지가 부처님 다음 가는 위치에 있는 분을 가리키는 존칭이기도 합니다. 관세음보살, 보현보살, 이런 분들이 바로 그런 분들입니다. 불교 역사상 위대한 인물에 대한 존칭으로서 '보살'이라고 부른 분은 용수(龍樹)와 세친(世親) 두 고승이었습니다. 간혹 중국, 일본에서도 훌륭한 고승에 대하여 국가에서 '보살'이라는 호칭을 내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보살은 대단한 존칭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대단한 존칭을 언제부터 평범한 여성 신도들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말로 사용하게 되었는지 자못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성 불자를 보살님으로 부르는 예는 우리나라에만 있을 뿐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째, 1950년대 중반 정화 때(대처측과 비구측의 분쟁)에 여성 신도들의 힘과 열성이 대단했는데, 비구측은 그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여 '보사(保寺, 사찰을 보호하는 이)' 즉 '보사님'으로 부르자는 논의가 있은 이후 그들의 호칭을 '보사님'으로 부르게 되었고 이것이 '보살님'으로 와전되어 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여성불자들을 '보살님'이라는 극존칭으로 부르고 있던 것을 좀 고쳐야한다는 취지 아래에서 나온 대안이 '보사님'이었습니다.
둘째, 보살님이라는 말은 일제 때 또는 해방 이후에 나온 말로서, 그 기원은 몇몇 큰스님들께서 신도들에게 보살계를 주기 시작하면서보살계를 받은 신도들에 한해서 '보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위의 설을 확인하고자 1931년에 입산했던 설산스님과 1940년대에 입산하신 광우스님께 문의한 결과 그 당시에도 이미 '보살' '보살님'이라고 불렀답니다. 다만 설산스님의 말씀에서 한 가지 참고할 것은 보살계를 받은 신도만 보살님으로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성 신도들에게 보살계를 주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지는 아직 알 만한 자료는 없습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여성이 아니 왕(남성)으로서 보살계를 받은 예는 고려시대에도 많았습니다.
셋째의 설로 "자비와 사랑을 상징하는 '관세음보살이나 지장보살처럼 되라'는 뜻에서 보살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또는 "관세음보살을 비롯한 여러 보살상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부드럽고 따뜻한 여성상과 합치되므로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는 승복 색의 바지(일본말로는 몸뻬)를 입고 절에 다니면서 스님들과 함께 결제(안거)를 했던 나이든 여신도를 노보살, 또는 보살님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평준화 과정을 거쳐서 노소를 따지지 않고 여성 신도들을 일컫는 일반적인 호칭으로 정착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나온《현대조선말사전》의 '보살' 항목에는 " 불교에서 부처 다음 가는 성인 불교를 믿는 늙은 여자"라고 되어 있고, 또《한국소설어사전》에서는 "불교를 살뜰이 믿는 나이든 여신도를 보살할미라고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보살태기나 보살할미는 다 조선시대 이후에 나온 비속어인데 그렇다면 보살님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최소한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수많은 불교경전에서 그려지고 있는 보살의 모습은 한결같이 보시(희사)정신입니다. 남자보다는 월등히 절을 많이 찾아 시주와 보시를 하는 여성의 모습이 경전의 보살정신과 합치되어 '보살 같은 분'이라는 의미에서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설을 가정해 둡니다.
그렇다면 '보살님' 이전에는 무어라고 불렀는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그냥 남녀 구별 없이 '신도님' 정도로 불렀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여성신도에게 보살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면 당연히 남성신도들에게도 무언가 그 비슷한 어떤 말을 썼어야 한다고 봅니다.(참고로 처사님, 거사님은 '세파에 휩쓸려 살지 않고 초야에 묻혀 조용히 사는 선비를 가리키는 용어로 불교용어가 아닌 유가, 도가에서 사용하던 용어입니다)
참고로 경전이나 문헌에서는 여성 불자를 '우바이' '청신녀' 등으로 쓰고 있으나, 실제 호칭으로는 사용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제(윤창화)가 2001년에 {왕초보 불교박사 되다}에 쓴 글입니다.)